지식의 창 아카넷

도서검색

도서정보

역사

위대한 결정
실패한 제국 2
냉전시대 소련의 역사
Failed Empire
저자/블라디슬라프 M.주보크 , 역자/김남섭
153 * 225 * 24 mm | 값 20,000원 | ISBN 9788957335284

카테고리 : 역사

책소개

소련의 관점에서 분석한, 냉전사 서술의 이정표

서구의 눈으로 볼 때 20세기 소련이라는 나라는 제국주의적 팽창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전파에 여념이 없는, 위협적이고 불가해한 국가였다. 독일과 베트남, 이집트와 쿠바 등지에서 소련은 미국과 충돌을 일삼았으며, 미국의 영향 아래에 있던 우리 역시 소련은 낫과 망치, 공산주의라는 유령으로만 기억한다. 20세기 후반 세계사는 이 두 강대국의 소리 없는 전쟁[Cold War]으로 특징지어진다.
이제까지 냉전에 대한 연구 역시 서구의 이런 시선을 따라 소련을 냉전의 원흉이자 제국주의 야욕의 주범으로만 기술해왔다. 전후 미국의 권위주의-전체주의 체제 연구나 정통적 냉전 연구에서는 물론이고, 냉전사의 대가인 존 루이스 개디스(John Lewis Gaddis)의 냉전사에서도 이러한 미국 중심의 시각은 시종일관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오드 베스타(Odd Arne Westad) 같은 냉전사가가 말했듯이, 전후 미국이 ‘자유의 제국’이었다면 소련 역시 ‘정의의 제국’으로 불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소련에서 태어나 모스크바국립대를 졸업한 후 현재 런던정경대 교수로 있는 저자는 이 ‘정의의 제국’이 어떻게 ‘실패한 제국’으로 귀결됐는지를 “우익의 악의와 좌익의 낭만주의를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이 주제를 위해 10년 넘게 탐구한 결과로서, 출간 즉시 학계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고 마셜 슐먼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저자는 『케임브리지 냉전사』 3권에서 데탕트 시기에서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소련의 대외 정책을 책임 집필할 만큼 소련 외교사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스탈린에서 고르바초프까지 소련을 이끌고 간 ‘혁명-제국 패러다임’

주보크는 소련이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들과 대결하게 된 원인을 탐구하고, 소련 지도자들의 사고방식과 소련의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혁명-제국 패러다임’을 내놓는다. 이 개념틀은 기존의 현실주의 패러다임만으로는 소련의 대외 정책을 이해할 수 없고, ‘제국’과 ‘혁명’이라는 두 차원의 욕망이 결합된 것으로 파악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즉 제정 시대 이래로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제국’으로서의 팽창주의가 있고, 혁명 후 소련은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프리즘을 통해 이 충동을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련은 제국주의적인 팽창을 추구하는 한편 세계를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끌고자 했으며, 이것이 소련 대외 정책의 큰 틀을 규정해왔다.

“소련의 동기와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나의 개념적 틀은 여전히 동일하다. 즉, 혁명-제국 패러다임이다. 안보와 권력은 스탈린과 그의 후임자들에게 기본적인 목표였다. 이 지도자들은 경쟁적 세계에서 소련의 국가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모든 가용한 권력 정치와 외교 방법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스탈린과 그의 후계자들의 대외 정책 동기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고 그들이 누구였는지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소련 엘리트와 수많은 소련 시민뿐만 아니라 소련의 지도자들은 거대하고 비극적인 혁명의 유산자들이었고 메시아적 이데올로기에서 자극을 받았다. 소련 지도자, 엘리트, 인민들이 세계와 그들 자신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적어도 이해하려 하지 않고서는 냉전에서 소련의 동기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한 가지 방법은 소련 이데올로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소련의 동기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은 소련의 경험,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충격을 살피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소련 지도자와 엘리트들을 형성시킨 문화적 요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애를 검토하는 것이다.”(47쪽)

실제로 레닌과 볼셰비키는 러시아에서 권좌에 오른 첫 몇 달 이래로 자신들의 혁명적 야망과 국가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는데, 이것이 소련의 ‘혁명-제국 패러다임’의 기원이었다. 1920년대에 볼셰비키는 소련을 ‘세계혁명의 기지’로 보았고, 스탈린은 소련을 ‘사회주의 제국’으로 보기 시작했다. 스탈린의 세계관은 소련의 안보와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주보크는 이러한 ‘혁명-제국 패러다임’이 스탈린에서 고르바초프에 이르는 소련의 동기와 행동의 핵심이라고 본다. 저자에 따르면, 1945년 이후의 소련 지도부는 브레즈네프 시대까지 일관되게 혁명-제국 패러다임을 견지함으로써 초강대국 미국과 평화적인 해결에 근본적으로 도달할 수 없었고, 낭만적 평화주의자였던 고르바초프가 이 패러다임을 거부하면서 비로소 두 강대국 간의 적대와 대립은 종언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때론 역사적 인물의 성격과 사상이 역사의 진로를 바꾼다

냉전은 20세기 후반을 규정한 중요한 힘의 역학이었기 때문에, 냉전사 역시 거시적인 국제관계와 국내의 정치경제 등에 의해서 분석되어왔다. 냉전사의 자료들은 대개 각국의 공식 외교 문서나 각종 조약들, 정상들의 회고록으로 점철되어왔다.
그러나 주보크는 이 책에서 일반적인 통사에서 기대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가깝게 인물들을 들여다본다. 그가 보기에 스탈린과 그 후임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안보와 권력이었으며, 이들이 소련의 국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 건 사실이다. 즉 이들은 국가를 위해 철저히 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해나갔다. 그러나 동시에, 대외 정책에서 그들의 동기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고 그들이 누구였는지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소련의 시민뿐 아니라 엘리트와 지도자들은 혁명의 아이들이었고 메시아적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고위 정치인, 중급 관리들의 세계관 역시 역사의 경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한다.
주보크는 이러한 역사관을 바탕으로 소련 지도자들의 캐릭터와 욕망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공산주의에 대한 낭만적 믿음을 갖고 있던 흐루쇼프, 순진한 평화주의자 브레즈네프, 계급적 원리보다는 인권, 무력 사용의 포기, 민주주의와 양심의 자유 같은 보편적 인류 가치를 주장하면서 미-소 간 협력과 대화를 강조했던 ‘신사고(New Thinking)’의 주창자 고르바초프 등, 그가 그려낸 소련 지도자들의 모습은 훨씬 입체적인 동시에 소련의 국내외 정치 과정에 새로운 시각을 던져준다. 예를 들어 쿠바 미사일 위기 뒤에는 “공산주의의 최종 승리에 대한 믿음과 이 승리를 가속화하고 싶어 하는” 흐루쇼프의 욕망이 있었다는 것, 반면에 후임자인 브레즈네프는 급진적인 정치를 싫어해 데탕트 정책을 추진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젊은 날 아버지의 가르침과 독소 전쟁의 참전 경험(“승리를 위해 치르는 대가는 언제나 승리 자체보다 크다”)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지적 등이다.
지난 세기 내내 구조사와 장기 지속, 계량 역사학 등에 대한 강조가 역사학계를 휩쓸었지만, 우리가 오늘날 목도하다시피 역사의 주요한 국면에서는 주요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이 커다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실패한 제국』은 이 인물들에게 최대한 가깝게 접근함으로써 기존의 역사에서는 미처 밝히지 못한 모세혈관들을 드러내 보다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새로 공개된 자료에 근거한 치밀한 고증과 새로운 차원의 발견

이 책 『실패한 제국』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학문적 면밀함에 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모스크바국립대를 졸업하고 러시아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주보크는 철의 장막이 걷힌 후 공개된 러시아와 동유럽의 문서고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간 냉전사가 서구 중심으로만 연구되었던 것은 서구 측 자료만 이용할 수 있었던 현실적 한계에서 비롯된 측면도 컸는데, 주보크가 새로 공개된 소련 측 자료를 대폭 활용하고 분석함으로써 비로소 냉전사 연구는 균형을 맞추게 됐다.
이를 위해 저자는 러시아 외무부 문서고나 대통령 문서고, 구공산당 문서고 등의 주요 정치-외교 분야 문서고뿐만 아니라 콤소몰 문서고, 문학-예술 문서고, 사회 운동 문서고 등도 살펴보았고, 지역적으로는 모스크바를 넘어 아르메니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심지어 독일과 이탈리아의 문서고, 미국 국회도서관이나 국립 문서고, 우드로 윌슨 센터, 후버 연구소의 자료들까지 훑었다. 또한 미발간 문서고 자료 외에도 정치국이나 간부회, 각료회의 의사록 같이 출간된 문서고 자료들도 참조하였으며, 고위 지도자들이나 보좌관의 일기나 회고록을 참조하고,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냉전 베테랑들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다.
그가 소련사의 각 국면을 구조적인 동학으로만 분석하지 않고 각계각층 인물들의 숨은 동기와 당시 분위기까지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치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의 힘이다. 덕분에 미소 외교 같은 고위 정치가 냉전사의 전부인 양 서술하던 방식을 넘어서, 이 책에서는 중간급 정치인과 관료들의 생각과 행위가 생생하게 드러나고, 국내 상황과 국제 정치 간의 연결고리도 자세하게 파악된다. 또 비판적 구술사 프로젝트 덕분에 문서 뒤에 가려 있던 정책 결정 당사자들의 정서도 알아낼 수 있었다. 흐루쇼프의 탈스탈린화 시기 동안 형성된 ‘60년대 사람들’이 어떻게 ‘계몽된’ 기관원들이 되어 브레즈네프의 데탕트 정책이나 고르바초프의 급진적 ‘신사고’ 정책을 뒷받침하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서술한 부분들은 바로 이러한 다채로운 1차 사료 덕분이다. 이로써 우리는 냉전사 분석에서 숨어 있었던 또 하나의 차원을 만나게 됐다.


왜 소련은 유엔의 한국전쟁 파병을 승인했나?

우리와 관련이 깊은 소련과 냉전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한국과 관련한 부분들로는 한국전쟁과 보잉747기 격추 사건이 나온다. 두 사건 중 특히 흥미로운 진술은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 7월 초에 개최된 유엔 안보리에서 소련이 유엔군 파병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주보크는 주유엔 소련대사인 야코프 말리크가 안보리 참석을 거부한 것은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여 중국과 장기전을 치르게 함으로써 “미국의 시선을 유럽에서 극동으로 돌리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제3차 세계 대전은 무기한 연기될 것이고 이는 유럽에서 사회주의를 공고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소련은 베를린 봉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유럽의 정세를 자국에 유리하게 되돌리기 위해 일부러 미군의 참전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스탈린의 전신문 증거에 기반한 주보크의 이 대담한 주장은, 소련이 매우 중요했던 안보리 회의 불참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중국 요인’의 중요성을 환기함으로써 한국전쟁을 둘러싼 소련의 현실정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혁명 100년, 우리는 여전히 냉전의 여진 속에 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소련, 이 소련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지 100년, 소련 붕괴 후 26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여전히 냉전의 여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냉전에서 벗어나 다극 체제로 바뀌고 있다지만, 우리는 이 냉전의 유일한 산물인 유일한 분단국가인 동시에 이데올로기로 인한 갈등 역시 격렬히 진행 중이다. 우리 자신은 70여 년을 그 체제 속에 살면서도 이러한 체제를 낳게 한 더 큰 맥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왜 20세기 초 유럽의 지식인들은 러시아에서 희망을 보았는지, 그 희망은 어떻게 좌절되어갔으며 그것은 세계적으로 어떤 사건들을 낳았는지 우리는 아직도 넓게 바라보지 못한다. 2차 세계 대전을 태평양 전쟁으로 겪어야만 했던 우리의 굴절된 현대사가 여전히 우리 앞에 과제로 놓여 있는 이 현실 속에서 저자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신 러시아의 대두가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 또 다른 냉전을 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적인 긴장들의 소용돌이를 낳아, 제국적 과거로부터 유래한 인종적 지뢰밭과 큰 나라와 작은 인접국 사이의 적대감, 그리고 제국적 자부심이 어우러져 폭발적인 국제적 화학반응을 일으켰던 ‘8월의 포성’이라는 1914년의 시나리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42쪽)

“과거의 교훈과 경험은 새로운 세대에게 자동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며” “끊임없는 탐구, 토론, 수정 없이는 냉전의 교훈과 경험은 지루한 통계에 머문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제 트럼프의 미국과 푸틴의 러시아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냉전은 여전히 진행 중인 열전(熱戰)이며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교훈일 수밖에 없다. “교훈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그 교훈은 미래의 실수와 비극을 촉발하는 방아쇠가 된다.”(19쪽)

저자 및 역자 소개

블라디슬라프 M.주보크(저자)
냉전 및 20세기 러시아 역사 전문가이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의 미국·캐나다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국제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이 책 A Failed Empire: The Soviet Union in the Cold War from Stalin to Gorbachev (2007) 외에 The Cambridge History of the Cold War, vol. 3 (2010, 공저), Inside the Kremlin’s Cold War: From Stalin to Krushchev (1996), Zhivago’s Children: The Last Russian Intelligentsia (2009) 등이 있으며, Masterpieces of History: A Peaceful End of the Cold War in Europe, 1989 (2010), Societ? totalitarie e transizione alla democrazia (2011) 등을 편집, 출간했다. 학문적 성과와 권위를 인정받아 라이오넬 겔버 상과 마셜 슐먼 상을 수상했다. 현재 세계화와 경제적, 민족주의적 맥락에서 소련의 붕괴를 설명하는 신작을 집필 중이다.

김남섭(역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러시아 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사는 스탈린 시대의 소련 역사이며, 최근에는 냉전 시대 소련 사회의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저서로 『러시아의 민족 정책과 역사학』(공저), 『세계의 과거사 청산』(공저) 등이 있고, 『러시아사 강의』, 『소련 경제사』, 『속삭이는 사회』 등을 번역하였다. 스탈린 시대의 노동 수용소와 흐루쇼프 시대의 소련 사회 등 소련 역사의 다양한 주제에 관해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목차

6. 소련의 국내 전선: 최초의 균열 1953-1968
7. 브레즈네프와 데탕트로 가는 길 1965-1972
8. 데탕트의 쇠퇴와 소련의 과잉 확장 1973-1979
9. 구세력의 퇴장 1980-1987
10. 고르바초프와 소련 권력의 종언 1988-1991

에필로그

후주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뒤로가기
  1. 북스코프
  2. 아카넷쥬니어
  • 오탈자신고
  • 원고투고
  • 도서목록
  • 아카넷페이스북
  • 북스코프페이스북

  • 북스코프페이스북
  • 中文
  • 日本語